호박과 호박가공식품 등으로 연 4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는 참샘골호박농원 최근명(60·서산시 대산읍) 대표. 최 대표는 단순히 호박을 생산해 판매하는 수준을 넘어 소비자들의 구미를 당길 다양한 가공 식품을 연구 개발하고, 소비자들이 직접 찾아와 체험할 수 있는 여건 마련으로 부가가치를 배가시켰다.

최 대표는 지난 1997년 당시 재배하던 느타리버섯 판매를 위해 서울 가락동시장을 찾았는데, 전국에서 가을에 생산된 호박이 과잉 공급으로 형편없는 가격에 거래되는 것을 지켜봤다.

호박 저장 기술 개발만 있다면 남들이 판매하지 않는 봄, 여름에 더 좋은 가격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 최 대표는 버섯재배사를 선반형식으로 리모델링한 뒤 호박 장기저장법 연구에 돌입, 10여 차례의 시행착오를 거쳐 늙은 호박의 상온 장기저장법을 국내 최초 개발했다.

또 소위 컴맹에 가까웠던 최 대표는 자식들에게 홈페이지 만들기를 비롯한 운영 전반에 걸친 사항을 배운 후 ‘참샘골(www.camsemgol.co.kr)’이란 브랜드로 1991년 농업인 1호 홈페이지를 개설했다.

인터넷을 통해 단순하게 잘생긴 호박만을 포장해 판매하던 최 대표에게 고객들은 새로운 상품개발을 주문하고, 또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최 대표는 못생긴 호박을 이용한 가공상품을 개발키로 하고, 2003년 참샘골 식품이란 상표를 등록한 후 누구나 쉽게 먹을 수 있는 호박 대중화를 선언했다.

최 대표가 심혈을 기울인 상품은 호박죽으로 자동생산 설비를 갖췄고, 호박엑기스와 호박국수 등을 잇따라 출시, 고스란히 매출 상승으로 이어졌다.

   
▲ 회포마을호박체험 서산시 제공
호박과 호박 가공식품 판매만으로도 충분히 부농의 꿈을 이룬 최 대표는 2003년 한 고객이 호박을 직접 따보고, 호박음식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얘기를 듣고 또 한 번 새로운 도전을 시도했다. 이른바 체험마을을 만드는 것.

이후 농협중앙회 회포 팜스테이 지정과 서산시농업기술센터 전통음식체험관 1호 지정, 행정자치부 회포 정보화마을 지정, 농림부 녹색농촌체험마을 지정, 회포농어촌체험휴양마을, 호박전통음식체험장 등으로 지금의 체류형 체험농장의 면모를 갖췄다.

참샘골호박농원은 호박과 호박가공품인 ‘고구마&호박죽’, ‘호박즙’, ‘호박미인’, ‘호박손달인물 액상차’ 등을 대부분 인터넷 판매를 통해 지난해만 4억 2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또 호박을 직접 수확해 호박화분, 호박등불, 호박피자, 호박전통음식, 호박죽, 호박 칼국수 등을 만들어 볼 수 있는 체험프로그램은 호박이 수확기에 접어드는 9~11월이면 미리 예약한 고객들이 밀려들고 있으며, 연중 5000여 명 이상이 찾는 대표 농촌체험장소로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최 대표는 지난해 9월 농림축산식품부 주관으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13 농업·촌 6차산업 박람회’에서 이러한 성공담을 담은 ‘6차산업을 먹고 뻗어가는 호박 넝쿨’이라는 사례 발표로 대상을 받았다.

서산시는 최 대표를 ‘명인(名人)’이라 부른다. 서산시는 2010년 전국 최초로 ‘서산시 농·특산물 및 음식분야 명인 육성 지원 조례’를 만들고, 농식품 생산·가공 등에서 차별화된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농업인을 대상으로 농특산물분야 서산명인을 선정하고 있다.

명인 후보자들은 식품, 마케팅, 농업 등 관련 전문가들로 구성된 ‘서산시명인심사위원회’에서 해당 상품의 지역성과 차별·희소성, 인지도, 기능의 보호가치, 판로확보 여부, 상품 육성 의지 등 꼼꼼한 심사과정을 거쳐 시를 대표하는 명인으로 뽑힌다.

지난 2012년 고구마&호박죽 제조 명인 참샘골호박농원 최 대표를 비롯, 냉동다진생강 제조 명인 서산농특산영농조합법인 유흥근 대표, 어리굴젓 제조 명인 섬마을간월도어리굴젓 유명근 대표, 생강한과 제조 명인 서산생강한과 영이식품 이정로 대표 등 4명이 첫 서산명인이 됐다.

또 2013년에는 단호박 생산 명인 한아름채소밭농원 최근학 대표와 홍화씨환 제조 명인 정동식품 이윤기 대표, 조청류 제조 명인 서산명가 최영자 대표, 생강 편강 제조 명인 천수만전통생강한과 노수영 대표 등 4명도 서산명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시는 명인들에게 인증서 및 인증패를 교부하고, 각종 행사시 홍보부스 개설 지원과 포장디자인 개발 지원, 홈페이지 구축 지원, 시설 개보수 및 기자재 구입비 지원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명 대표는 “개인적으로 보면 서산시가 인정한 명인이 됐다는 것이 영광이기도 하고, 장인정신을 가지고 더 열심히 해 서산 농특산물의 우수성을 전국에 알려야겠다는 생각도 앞선다”면서 “소비자들이 서산의 명인이 만든 제품이라는 것을 믿고 구매를 해 주면서 매출액도 예년에 비해 15% 이상 상승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추석·설 명절 등에는 고향의 정취가 한껏 느껴지는 명인들이 생산한 제품들의 인기가 높아 전국 각지에서 주문이 잇따르고 있고, 일부 품목은 해외시장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전국 최초로 이색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좋은 성과를 내다보니 경남 하동군, 전남 강진군 등에서 공무원들이 벤치마킹을 하고, 각 지자체로부터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시 관계자는 “명인 육성프로그램은 농업인이 보유한 차별화된 기술을 발굴해 농업인들에게 전파하고, 지역 농업을 견인할 핵심 인력으로 육성하는 것”이라며 “명인이 생산한 농·특산물이 해외시장으로 수출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산=박계교 기자 antisofa@cctoday.co.kr